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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월강문화상] 수필 대상 '따뜻한 순대국밥 한 그릇'

김진이의 “따뜻한 순대국밥 한 그릇”과 김현아의 “코르셋 벗기”가 좋았다. 김진이의 작품은 현재 갈등으로만 달리는 노사문제를 노사간의 훈훈한 정으로 풀어보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코르셋 벗기”는 사람들의 도덕과 관습 등 고정관념을 코르셋으로 상징하여 이들의 굴레를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구추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일종의 성장소설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이 중에 문장력과 주제의 형상화 능력이 더 좋은 “따뜻한 순대 국밥 한 그릇”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심사평 : 사회복지과 교수/문학박사 임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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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대상 ; 항공보안과 김진이

따뜻한 순대국밥 한 그릇

아직 해가 뜨지 않아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창가를 비출 때쯤 난 집을 나섰다. 어제저녁부터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로 다음날까지는 비가 안 왔으면 하는 마음에 간절히 기도했다. 내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운 좋게도 오늘 하늘은 맑게 개었다. 이른 새벽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오늘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바보가 되어있을 것이 뻔했다. 이윽고 도착한 인력사무소에는 피곤에 눈꺼풀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일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무거운 공기는 족쇄 마냥 내 숨통을 죄어왔다. 나는 서둘러 자리에 앉아 이리저리 눈을 흘겼다. 아직 눈곱도 떼지 못하고 온 사람, 일거리를 구할 수 있을까 걱정되어 다 다라진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삼십분이 흘렀을까?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녹슨 미닫이문이 열렸다.

소란스럽게 열린 문 덕분에 모두의 두 눈동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에게 쏠렸다. 그는 한 손에 파일과 다른 한 손엔 펜을 들고 소파에 앉아있는 우리를 훑어보듯 바라보았다.

“거기 하나 둘 셋 넷 다섯 까지 따라 나오세요.”

그는 그 말을 하고는 나가버렸다. 난 선택된 사람이었다. 선택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기쁜 마음을 감춘 채 자리를 나섰다. 왠지 오늘은 온 세상 운이 날 따라주는 것 같았다. 건물 밖에는 낡은 봉고차 한 대가 서있었다. 열린 문으로 사람들이 타기시작하고 나는 마지막으로 타 문을 닫았다. 해가 막 산사이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가는 길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고 거리는 가게오픈을 준비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한적했다. 순대 국밥집 앞을 지날 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도착한 나는 서둘러 일을 시작했다. 벽돌을 나르는 일은 언제나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 몫이었다. 조금 더 기술이 필요하거나 편리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이곳의 직원들이 도맡았다.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인가 오늘 일을 할 수 있는 사실에 감사했다. 무더위 속에서 시간은 흘렀고 이내 점심시간이 되었다. 그것을 알리는지 배꼽은 힘차게 울어댔다. 먹은 것도 없는데 어디서 이렇게 힘이 나오는지 꼬르륵 소리는 공사장 전체를 울리듯 퍼져 나갔다.

“자, 후딱 와서 식사들 하쇼 .”

사람들은 너도나도 하던 일을 멈추고 배식하는 곳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먹어야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숟가락에 밥으로 산을 쌓아 한입 물었다. ‘밥이 이렇게도 단맛이 강했을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훅 지나갔다. 그리고는 집에 굶고 있는 아이들 생각이 번쩍 들었다. 차마 두 번째 숟가락을 입속에 집어넣을 수는 없었다. 밥과 반찬을 조금씩 통에 담고 주머니에 넣었다. 아이들이 배부를 생각에 절로 점심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사람들은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한 계단 두 계단을 계속해서 오르니 뜨거운 땡볕아래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그리고는 곧 두 개로 보이기 시작했다. 벽을 잡고 한 발짝 두 발짝 내딛어 일을 해나갔다. 벽돌을 내리고 내려오는 첫 계단을 밟는 것과 동시에 정신이 아찔하여 그만 발을 헛딛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은 그 동안 올라 왔던 계단을 빠른 속도로 굴러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내 내 눈 앞에는 자욱한 안개 속에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서 계셨다. 나는 보고 싶었던 어머니를 놓칠세라 서둘러 손을 뻗어 어머니를 불렀다. 그런 나를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며 호되게 야단을 치셨다. ‘정신 차려 이놈자식아! 아직도 이 어미를 속상하게 하면 우째! 라는 말을 듣고 두 눈이 번쩍 하고 뜨였다. 눈을 떠보니 하얀 천장이 날 반겼다. 옆에는 공사장소장님이 하얀 가운을 입고 주머니에는 볼펜을 한가득 꽂은 의사와 이야기중이였다.

“아 정신이드세요?” 의사는 이야기도중 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

작은 손전등으로 내 두 눈을 비춰보더니 소장님에게 말했다

“며칠 조심하시면 금방 괜찮아 지실 겁니다. 이후에는 간호사말에 따라주세요.”

라고 하며 말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사람이 좀 먹고 그래야지! 아니 점심은 왜 안 먹었나? 괜히 나만 이상한 사람 되었네.”

“아이고 소장님 .. 죄송합니다.. 어서 일하겠습니다.”

“아니 그만하게 아픈 사람을 데리고 뭐하겠는가. 사람 잡을라고 작정한 것도 아닌디.. 일하는 것보다 병원비가 더 나오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 하게나 ” 그는 걱정하는 듯 안하는 듯 이야기했다.

“요즘시대에 영양실조가 뭔가 영양실조가. 정신 났으면 후딱 일어나게!” 라고 말한 뒤 그는 겉옷을 챙겨 응급실을 벋어났다. 나도 서둘러 그를 따라 나섰다. 아무런 대화 없이 걷기를 반복하여 도착한곳은 올 때 보았던 순대국밥 집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아 뭐하나 안 들어와? 팔 떨어지겠어 ” 열린 문을 잡고 말했다.

“예? 아예 갑니다.” 어안이 벙벙한 체 나는 그를 따라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그는 크게 주인장을 불렀다.

“ 아 여그 순대국밥 2그릇만 주소 밥은 고봉밥으로 쌓아서 주소 이놈이 영양이 부족해서 오늘 쓰러진 놈이 랑게”

“아이고~ 뭔 일이래? 잘 좀먹고 다녀야지 알았수다 !” 대화를 마친 주인장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감사합니다.. 이거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 나는 고개 숙여 소장에게 감사를 전했다.

“자네사정 딱한 것은 알것네. 근디 자네가 아프면 집에 있는 자식들은 어쩌겠는가.. 먹고 힘내서 돈 벌여야지 안 그런가? 그리고 이거자네 오늘 일한 값일세, 오늘은 아이들하고 맘 놓고 배부르게 먹게나.” 소장은 말을 마치고는 테이블 위에 만 원짜리 몇 장을 내려놓았다. 곧이어 주인장은 아직도 끓고 있는 순대국밥을 내왔다. 식기도 전에 한가득 떠 입에 넣었다. 눈물이 나왔다. 소장에게는 국밥이 뜨거워서 그런 것이라 둘러대며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소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천천히 식거든 먹으라고 말했다. 말을 들은 체 만 체 하며 나는 계속해서 뜨거운 순대국밥을 입에 넣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눈물을 닦으며 속으로 외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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