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캠퍼스는 행사로 꽃 핀다. 그중에 축제와 곁들인 체육대회가 백미다. 올 해도 여느 해처럼 그랬다. 젊음이 토해내는 포효 속에서 지난 해 체육대회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여학생 씨름시합 때였다. 씨름장은 우리 경영회계학부와 상대인 유아교육과 학생들로 빼꼭했다. 봄 햇살이 따가웠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양팀 학생들의 응원소리는 하늘을 찔렀다. 나 역시 팔짱을 끼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시합이 시작되었다. 일합을 겨루는 양 편 선수들은 진지했다. 학부와 학과를 대표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역력했다. 긴장감이 감돌수록 응원은 더 뜨거웠다. 첫 번째 시합에서 우리학과 선수가 승리했다. 그러나, 두 번째 승리는 유아교육과 몫이었다.
세 번째 시합은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보아도 체격 면에서 우리 편이 상대편을 확실히 압도했다. 게다가 우리 학부 선수는 킥복싱을 하고 있는 모범생이었다. 일말의 걱정이 들긴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걱정은 안도로 바뀌었다. 화끈하게 제압해줄 것이라 기대하며 신바람나게 응원했다. 빨리 끝내서 막강 경영회계학부를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흐름은 그게 아니었다. 기대와 반대로 우리 편이 몰리기까지 했다. 첫 판은 승리했지만 둘째 판은 체구가 아주 작은 상대편에게 내주고 말았다. 믿어지지 않았고, 어이가 없었다.
드디어 셋째 판이 시작됐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때로는 우리 편이 넘어질 뻔도 했다. 불안해 손바닥에서 땀까지 났다. 우리 학과 선수가 선수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솟았다. 이제는 그저 이겨 주기만을 바랄뿐이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백중지세에서 간신히 이겼다. 기쁨대신 분통이 터졌다.
모래를 털고 들어오는 선수에게 소리쳤다.“ 너, 도대체 뭐한 거야” 물론 또 다른 구박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 교수님도, 잘 아시잖아요” 표정은 동자승이었고, 목소리는 땅 두릅보다 더 향기로웠다.
그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선수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내가 강의실에서‘타인에 대한 배려’를 얼마나 많이 떠들어댔던가. 그것도 말로만 말이다. 실제로 행동은 하나도 하지 못한 좀팽이였다. 하지만 그 배려를 실천해 준 사람이 바로 내 앞에 서있지 않은가? 운동장은 강의실보다 넓었다.
선생이 후생에게 한 수 배웠다. 보통 배운 게 아니라 아주 크게 배웠다. 난 그 후생을 날마다 볼 수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 내일도 학부사무실 문을 열며 조교에게 이렇게 인사할 거다. “안선생! 오늘 뭐, 별일 없어”
경영회계학부
김광식 교수
충청대신문사 webmaster@ok.ac.kr
<저작권자 © 충청대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