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월강문화상 2018 월강문화상 수필
월강문화상 ; 수필

등굣길

                                                           간호학과 최해

엄마 차를 얻어 타고 학교에 가는 길이었다. 어느새 가을이 저만치 쫓겨나고 겨울이 목전에  와 있었다. 도로를 노란 빛깔로 물들인 낙엽을 보며 가을과 못 다 한 작별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동안 엄마는 나무에 힘겹게 매달린 마른 잎 새를 보았나보다.

"어휴, 벌써 낙엽이 거의 졌네.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잎들이 안쓰럽게 보인다, 얘. 뭐 하러 저렇게 안간힘을 쓰고 매달려 있을까?"

나는 짐짓 놀랐다.

'그러게. 뭐 하러 저렇게 수많은 마지막 잎 새가 되길 자청했을까?'

생각의 조각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잎사귀로 태어난 제 본분을 지켜내고 있다고 해야 하나. 학생인 내가 학교를 가는 것처럼 잎은 나무에 매달려 있어야지. 아니지, 아니야. 저건.......'

저 마지막 잎 새들은 자신의 본분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초겨울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바닥에 떨어져버리는 것을, 한 줌의 쓰레기가 되는 것을 거부했다. 푸르게 빛나던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 한 것이다. 황홀한 시절을 잊지 못해서 끊임없이 매달려 있는 것이 비단 저 낙엽뿐인가. 플라타너스의 여름이 정말 기쁘기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가운 빗줄기에 얻어맞고, 자랑스레 피운 잎이 송충이에게 갉아 먹히는 수모도 당하지 않았겠는가. 쓰라린 날들도 지나고 나니 좋았다고 둘러대는 것이 꼭 내 모습을 닮았다. 마지막 잎 새들은 계속 가을을 흉내 낼 것인지, 새로운 계절을 따라 첫 비행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훌훌 벗어던지고 나무를 떠난 낙엽이 쌓인 길은 참 곱다. 어쩌면 겨울을 불러들인 것은 도로를 물들인 저 낙엽이리라. 11월 어느 날, 20대의 나와 50대의 엄마가 같은 순간에 머물렀다.


심사평 <문학박사 임관수 _사회복지과 교수>
 수필은 마음가는대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쓰기가 쉽다. 그러나 생각의 깊이나 주제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좋은 작품을 쓰기는 쉽지 않다. 월강문화상에서 수필의 수준이 높았었는데 올해에는 최해의 “등굣길”만이 돋보였다.
김영진의 수필들은 마음의 진정성이 담겨 있었으나 센티멘탈에 흘렀으며, 오주영의 “난 어떻게 내 꿈을 찾았나”는 작품 자체 내의 완결성 즉 작품만 보고 내용상의 의문을 품지 않을만큼 완벽하게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
최해의 “등굣길”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낙엽과 길 위를 뒹구는 낙엽을 보면서 느낀 다양한 느낌을 인생과 대비시켜 서술하는 생각의 깊이가 좋았다.

충청대신문사  webmaster@ok.ac.kr

<저작권자 © 충청대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충청대신문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